지렁이와 여수영화


지렁이와 여수영화

여수 영화 얼마나 잤을까? 넋을 놓고 초점 없이, 멍하니 검은 하늘을 바라보다 고개를 들어 위를 보았다. 며칠 전 바싹 마른 마당 시멘트 바닥을 너덜너덜 한 몸뚱이로 헤매고 다니던 지렁이가 온몸이 부르트고 터져 두 배는 두꺼워진 몸을 이끌고 어기적어기적 기어가고 있다. 어디를 찾아 가는 것인지 목적지가 분명히 있는 양 온 힘을, 온 몸을 다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참을 지렁이의 유형을 심각하게 바라본다. 나는 어디 쯤 가고 있는 것일까? 여기는 어디 일까? 창밖을 다시 보니 심해의 그것처럼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덜컥 겁이 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일어 날 수가 없었다. 내 온몸의 모든 감각이 번뜩이듯이 살아 빛나고 있지만 정작 내 몸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꿈쩍을 할 수가 없다. 무서운 것이 아니라 갑자기 슬픔이 밀려 왔다 움직일 수 없는 이 순간 그냥 스러진다. 치마를 두른 승무원이 나에게 걱정이 가득한 눈빛을 보내며 말을 건넨다. 전혀 들리지를 않는다. 같이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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