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나는 수차례 거울 앞에 서서 생이 나를 짓밟고 지나가면 나는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를 상상했다. 손가락을 입에 넣어 양쪽으로 입을 벌리고 잔뜩 찡그려가며 생각했다. 이런 모습일까? 언젠가부터 생(生)이라는 것에 굉장히 회의적인 사람이 되어버렸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거라는 기대도, 뭔가를 이룰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잘 하지 않는다. '언제 죽냐 우리' '아직 멀었음' 'ㅈ됐다' 얼마 전 친구랑 나눈 카카오톡 내용인데, 생에 대한 내 마음이 딱 이렇다. 어쩌다 삶의 가운데 덩그러니 놓여져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이렇게 지쳐버렸을까? 그럴 때마다 내 인생에도 사랑이 찾아오기를 바라왔다. 삶에 딱히 미련을 두지 않는 이유가, 그래서 재미 없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유가 '사랑하지 못하는 나' 에게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조금 울기까지 햇다. 그러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다. 내게도 누군가가 있었다는 것이, 그리고 이제 그를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나를 기쁘게 했다. 그러다가 문득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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