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

저는 가까운 벗이 없었습니다. 삶의 어느 시기마다 마음을 주고받은 이들이 많았지만 그 관계를 오래 이어나가는 데에는 소질이 없는 듯 했습니다. 이러한 사실에 대해 늘 걱정하고 초초해했습니다. ··· 보고 싶다. 만나고 싶다는 마음을 품으면서도 혹 상대의 마음이 나와 같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에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내는 법도 없었습니다. 또 어느 때에는 보고 싶다, 만나고 싶다는 마음을 제 스스로에게조차 숨기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보다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을 만나는 일을 더 좋아하고, 사람을 만나는 일보다 만나지 않는 일을 더 좋아합니다. 낯선 인연이 제 삶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사실에 안온을 느끼면서 말입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대를 품고 있기도 했습니다. 유배되고 유폐된 마음을 뚫고 들어올 인연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말입니다. 그런 순간이 찾아올지, 찾아온다면 언제가 될지 헤아릴 수 없는 일이지만, 아마도 온다면 그 인연은 는개처럼 잦을 듯이, 혹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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