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


초원

초원 이 다인 초원은 이름모를 풀들이 옹기종기 모여 산다. 長身拙夫의 거드름 피우는 이웃도 없이 희고 검은 노란 얼굴도 별수 없이 이곳에 오면 푸르게 푸르게만 닮아가며 산다. 대낮에 사람들이 놀고 간 자리에 짐승들이 배불리 먹고 간 자리에 피맺힌 아픔이 매달려도 땅속에 여물게 잡고 있는 손과 손이 藥손이 되어 북녁곰이 밤 사이에 위로해 주면 아침에 눈물 머금고 새살이 다시 시린듯 나오고 서로 넉넉한 초록눈으로 마주보며 산다. 어느 날 초원이 벗어버린 허물 위에는 외로운 영혼이 묻어 있지만 여물게 맺어진 인연들은 눈물도 감춘 채 인종하는 살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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