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오프닝멘트] 물 흐르듯 잔잔한 표면 아래의 속사정

물 흐르듯 한다. 쉽게 진행된다는 뜻으로 종종 쓰는 말이죠. 하지만 물이 쉽게 술술 흘러간다는 것은 오해인지도 모릅니다. 실은 물도 뼈가 부서지게 힘을 쓰면서 겨우겨우 흐르는 건지도 모릅니다. 바위를 만나면 부딪히고 부서지고, 절벽에서는 눈 딱 감고 뛰어내리고, 또 가끔은 사람들이 던지는 오물에 더러워지기도 하고 말입니다. 안녕하세요 FM 영화음악에 정은임입니다. 잔잔한 표면 아래 구구한 속 사정을 감추고 있는 것이 어디 물뿐이겠습니까, 묵묵히 서있는 것 같은 나무도 실은 철 따라 살아가느라고 엄청 용을 쓰고 있겠죠. 때맞춰 색깔 바꾸고 잎을 떨구는 그 나무들을 보면 소리 없는, 움직이지 않는, 그 치열함에 경건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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