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틈 너머로


문 틈 너머로

쫑긋. 나무로 된 책상 앞. 끼익 거리는 의자의 소리를 애써 줄이며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엄마의 목소리가 한층 가까이서 들리면 슬슬 책을 가까이에 둔다. 노크소리 없이 딸깍 열리는 문소리에 황급히 휴대폰을 내려놓고 책으로 시선을 돌린다. “보일러 켜려고~” 엄마는 싱긋 웃음과 함께 입모양으로 소곤소곤 말을 하고는 문을 조심스레 닫고 나간다. 그 말에 어색하게 웃어보이며 대답을 대신한다. 닫힌 문 너머로 엄마의 발소리가 멀어져가는게 들리면 다시 휴대폰을 고쳐 잡는다. 이 일련의 과정은 내가 방안에 있을 때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참 이상한 일이지. 공부하고 책 읽는게 남을 위하는 것도 아닌데, 나는 누군가 나를 보고 있을 때만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하는 척 한다. 문이 조금이라도 열려 있으면 문틈으로 보여질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최대한 보기 좋은 일을 하려고 노력한다. 바쁘게 볼펜을 움직여 무언가를 쓰고, 노트북 자판을 타닥거려 문서 편집 프로그램을 작동한다. 아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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