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구순 잔치


할머니의 구순 잔치

할머니와 나는 띠동갑이다. 딱 60년 차이. 고작 그 반을 지나고 있는 사이에도 이렇게나 세상을 많이 겪어낸 것 같은데, 60이라는 나이에 안아든 손녀는 얼마나 예뻐보이셨을까. 닭띠라는 공통점 때문인지, 어릴 적부터 나는 할머니가 괜히 더 가깝게 느껴졌었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 벌써 구순 잔치를 맞았다. 아빠에게 잘 하기 싫어서, 친가에도 어느 순간부터 마음을 쓰지 않았다. 할머니 생신 기념으로 제주도에 다함께 모여 1박2일을 보내자는 갑작스러운 연락에, "서울 사람들이 얼마나 바쁜데 이걸 이렇게 갑자기?"라며 안 가겠다고 선을 그었다. 아빠의 전화도 일부러 받지 않았다. 엄마가 여러 차례 설득한 끝에 바쁜 시기를 보내는 중인 남편과 딱 저녁식사만 하고 오기로 했다. 딱 반나절만 보내고 돌아오는 제주도 왕복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스무 명이 넘는 가족들 사이에서 눈치가 많이 보였을 남편에게도 미안했다. 가족모임에 신나서 음주가무를 즐기는 아빠를 보는 것도 싫었다. 그래도 할머니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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