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전차 - 손택수


목련 전차 - 손택수

목련이 도착했다 한전 부산지사 전차기지터 앞 꽃들이 조금 일찍 봄나들이를 나왔다 나도 꽃 따라 나들이나 나갈까 심하게 앓고 난 뒤의 머릿속처럼 맑게 갠 하늘 아래, 전차 구경 와서 아주 뿌리를 내렸다는 어머니 아버지도 그랬겠지 꽃양산 활짝 펴 든 며느리 따라 구경 오신 할아버지도 그랬겠지 나뭇가지에 코일처럼 감기는 햇살, 저 햇살을 따라가면 나무 어딘가에 숨은 전동기가 보일는지 모른다 전차바퀴 기념물 하나만 달랑 남은 전차기지터 레일은 사라졌어도, 사라지지 않는 생명의 레일을 따라 바퀴를 굴리는 힘을 만날 수 있을는지 모른다 지난밤 내리치던 천둥번개도 쩌릿쩌릿 저 코일을 따라가서 동력을 얻진 않았는지, 한 량 두 량 목련이 떠나간다 꽃들이 전차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든다 저 꽃전차를 따라가면, 어머니 아버지 신혼 첫밤을 보내신 동래온천이 나온다 -손택수, 목련 전차- 봄에 피었던 수많은 꽃들이 지고, 바람 많이 부는 여름이 왔다. 더운 것도 아니고 추운 것도 아닌, 유난히 바람이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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