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무제

강원도 시골에도 밤이 찾아온다. 나는 화려한 도시의 밤에 질려, 캄캄하고 차분한 시골 내음을 기대했다. 아니다. 시골의 밤도 눈부시다. 그것도 소소하면서 찬란하게.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보자. 금방 서너개의 별이 눈에 들어온다. 딱 3분만 기다려보자. 별들이 점차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어 공중을 뒤덮는다. 하늘(sky)이 우주(cosmos)로 바뀌는 순간이다. 10분이 지났다면,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시커먼 배경은 더이상 보이지 않고 오직 영롱한 점들만이 상에 맺힌다. 점 뿐만이 아니다. 가늘고 두드러진 직선과 은은하게 빛을 내는 은하수 응어리들은 밤하늘에 풍성한 맛을 더해준다. '혼이 빼앗긴다.'라는 말이 실제였구나. 내 기(氣)가 우주로 다 빠져나가는. 어쩌면 새로운 우주의 기(氣)로 채워지는 기분이다. '생각'이라는 작용이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 이성의 끈을 꽉 붙잡지 않으면 끔뻑 새벽을 맞이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아무튼, 활자로는 다 표현되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 시골로...



원문링크 : 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