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감상]신동엽 - 종로 5가


[시 감상]신동엽 - 종로 5가

시 소개 이슬비 오는 날, 종로 5가 서시오판 옆에서 낯선 소년이 나를 붙들고 동대문을 물었다. 밤 열한 시 반, 통금에 쫓기는 군상 속에서 죄 없이 크고 맑기만 한 그 소년의 눈동자와 내 도시락 보자기가 비에 젖고 있었다. 국민학교를 갓 나왔을까. 새로 사 신은 운동환 벗어 품고 그 소년의 등허리선 먼 길 떠나온 고구마가 흙 묻은 얼굴들을 맞부비며 저희끼리 비에 젖고 있었다. 충청북도 보은 속리산, 아니면 전라남도 해남땅 어촌 말씨였을까. 나는 가로수 하나를 걷다 되돌아섰다. 그러나 노동자의 홍수 속에 묻혀 그 소년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 눈녹이 바람이 부는 질척질척한 겨울날, 종묘 담을 끼고 돌다가 나는 보았어. 그의 누나였을까. 부은 한쪽 눈의 창녀가 양지쪽 기대 앉아 속내의 바람으로, 때 묻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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