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 김소월


길 / 김소월

길 김소월(金素月 1903~1935) 어제도 하로밤 나그네 집에 가마귀 가왁가왁 울며 새었소. 오늘은 또 몇 십리(十里) 어디로 갈까. 산(山)으로 올라갈까 들로 갈까 오라는 곳이 없어 나는 못 가오. 말 마소, 내 집도 정주 곽산(定州郭山) 차(車) 가고 배 가는 곳이라오.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공중엔 길 있어서 잘 가는가?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열십자(十字) 복판에 내가 섰소. 갈래갈래 갈린 길 길이라도 내게 바이 갈 길이 하나 없소. <감상> 이 시는, 기질적으로 방랑인의 생리를 타고난 김소월 개인의 정한(情恨)의 유로(流露)로 볼 수 있다. 실제로 그는, 삶의 터전을 찾아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살았다. 그러나 이 시를 당시의 식민지 상황과 결부시킨다면, 일제의 식민지 수탈 정책에 의하여 농토를 빼앗기고, 북간도 등지를 유랑의 길을 떠나던 농민이나, 품을 팔러 도회지로 떠난 유민(流民)들의 실향(失鄕)의 비애를 대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삶의 현장에서 낙오한 자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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