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


허물

보름 전 아이가 몸살을 앓아 학교를 쉬었다. 하필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생명과학 방과 후 수업이 있던 날이었다. 정규 수업은 다 빠지고서 방과 후 수업엔 막바지에 잠깐 들러 게 한 마리를 데려왔다. 그날 게를 주제로 수업이 있던 날이었다. 손가락 두 마디 정도 크기의 아담한 이 게는 검은 바탕에 등과 눈만 노란 탓인지 흡혈귀를 연상시킨다 하여 뱀파이어 크랩이란다. 그런데 죽었다. 불과 보름 만인 어젯밤에... 작고 귀여운 녀석이 저녁에 움직이지 않았다. 나흘 전 아이가 학교에서 크랩 한 마리를 더 데리고 왔다. 방과 후 수업 선생님께 부탁을 드렸던 모양이다. 그랬더니 선생님께서 다른 반 수업에서 일주일 키우기 체험을 마치고 되돌아온 크랩 한 마리를 아이에게 주신 것이다. 그렇게 먼저 온 크랩과 나중에 온 크랩이 한 집에서 살게 된다. 이틀 정도 지났나? 먼저 온 크랩이 꼭꼭 숨어 지내던 코코넛 껍질 은신처에서 나와 계속 바깥을 배회한다. 거의 모든 약한 생물 개체는 어둡고 좁은 은신...


#반려동물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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