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봄비

[봄비] - 장석남 - 풀린 봄 물결이여 네 고요 위에 봄비는 내려와 둥글게 둥그렇게 서로서로 몸을 감고 죽는다 둥그런, 둥그런 물의 棺들 물 위로 물속의 푸른 어둠이 솟아올라와 둥근 그 소리에까지도 푸른 어둠이 스민다 풀린 봄 물결이여 내 몸 위에 받는 봄비는 먼데 골짜기까지도 봄이게 하며 몸을 터서 죽는다 아 너와 내가 잠들었던 이 한 덩어리 기슭의 바위에도 봄비는 와서 둥글게 둥그렇게 앉음새를 고쳐준다 둥글게 서로서로 몸을 감고 있는 것은 물이다. 물의 관(棺)이다. 봄비는 내려와 둥글게, 둥그렇게 물이 되어 만물을 소생시키면서 서로서로 몸을 감고 죽는다. 시는 소생되는 삶이자 동시에 죽음이다. 장석남 시의 키워드는 여기 있다. 그러나 삶과 죽음이 함께 있는 시라면, 그의 시는 초월적인 것일 수 있고, 우리는 '나' 와 '세계' 의 불일치의 숙명을 벗어날 수도 있다. ... 그의 시가 꿈결처럼 아름답고 아름답되, 헛되고 헛되며, 슬프고 슬픈 것은 그 때문이다. 뒤로 걸어가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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