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중반에 80년대가 갑자기 사라졌다.

(중략)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가 가져온 충격은 '잔치가 끝났다'는 허망한 시어로 변주되어 많은 지식인들의 의식을 지배했다. 혁명의 열기는 어느 순간 싸늘하게 식어 '욕망의 늪'으로 변해 버렸다. 누구는 역사의 종언을, 누구는 자본주의의 영원한 승리를 구가했따. 단순하게 말하자면 90년대 중반에 80년대가 갑자기 사라졌다. 1980년대의 우리 사회를 휘감았떤 혁명적 낙관주의는 학살자로부터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서 생겨나 모순투성이 한국 사회에 대한 분노를 먹고 자랐다. 새로운 세상은 반드시 온다는 전망은 현실의 고통을 뚫어내리라는 전사의 믿음을 가능하게 했다. 감옥에서 나온 김남주의 시를 읽으며 변혁에 대한 꿈을 키우던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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