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여름을 보낸다, 윤진서 에세이


너에게 여름을 보낸다, 윤진서 에세이

왜 갑자기 그런 큰 감정이 찾아왔는지는 모르지만 후로, 자연을 대하는 나의 자세 또한 달라졌다. 자연 앞에서는 표현을 아끼지 않고 환호하며 사랑하게 되었고, 구름이 움직일 때, 날씨가 변화할 때, 바람이 머무를 때, 노을이 질 때, 꽃이 피어날 때, 벌들이 꿀을 모을 때, 개가 꼬리를 흔들며 뛰어다닐 때, 낙엽이 서걱거릴 때, 수많은 아주 작은 순간들을 크게 느끼게 되었다. 그전엔 마취 주사라도 맞은 상태인 듯 아무런 감동도 받지 못했는데 봉사가 눈을 뜨듯이 한꺼번에 보이기 시작했다. 힘든 걸 견디고 나면 난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가서 보고 싶은 것을 보고,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입고 싶은 것을 입는, 꾸밈없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었는지도 모른다. 돌이켜보면 나는 언제나 한 편의 작품이 끝나고 나면 다음 작품이 와주기를 기다렸고 작품 때문에 머리카락을 자르고 나면 다음 작품을 걱정하며 머리카락이 길어지기를 기다렸다. 항상 살이 빠지기를, 얼굴이 더 갸름해 지기를,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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