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그 남자의 이야기


[수필] 그 남자의 이야기

남자는 앉아있는 의자에서 기지개를 폈다. 감겨 있던 눈은 이내 책상 위에 놓인 다이어리에 닿았다. 보랏빛 표지에 손때가 묻어 반질반질해진 2020년 다이어리다. 초등학교 방학 숙제 이후로 일기장은 쳐다보지도 않았으면서, 다이어리를 구해 써 내려간 지난 1년을 돌아본다. 어떤 페이지는 텅 비어있기도 했고, 며칠씩 노래 가사만 쓰여있기도 했다. 한 장, 한 장 찬찬히 보고 있자니 실소가 터져 나온다. '뭐, 생각보다 부끄럽진 않은데?' 남자가 세월과 함께 남겨온 발자국을 돌아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언제나 과거는 흑역사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다시 떠올려봤자 얼굴이 달아오르고 눈살까지 찌푸려지는 그런 날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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