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복수-9


[단편소설] 복수-9

아버지는 삼 년 전 그날 그렇게 먼지가 되었다. 나는 가끔 그의 마지막 말을 되뇐다. 아버지는 일생 자신의 꼬여버린 인생을 할아버지 탓으로 돌렸을 것이다. 자기가 이렇게 망가진 건 다 당신 탓이라고. 죽기 전 유난히 반짝였던 아버지의 눈에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겠다는 의지가 담겨있었다. 제 죽음은 너의 탓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죽음은 나의 출발이었다. 빅뱅이 우주를 만들어낸 것처럼 아버지는 그날 내 안의 어두운 감정들을 모두 끌어안고 아름답게 폭발했다. 나는 오랜 체증이 씻겨 내려간 듯했다.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허물을 벗고 철이 들었다. “여보, 이것 좀 봐.” 사랑하는 아내가 부풀어 오른 배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어째선지 그 배를 보며 산처럼 부풀었던 아버지의 배가 떠올랐다. 나는 아내의 옆에 우두커니 서서 그 아름다운 배를 보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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