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충이


송충이

이 동네 학교가 다 그렇지만 근무중인 학교가 산 바로 옆이라, 송충이가 참 많다. 어릴때부터 송충이를 정말 싫어했는데 내가 사는 동네 자체가 산이라 어쩔 수 없이 송충이랑 십수년을 같이 살고 있다. 이 학교에 자주 보이는 송충이는 더욱 그 징그러움을 빛나게 하는 줄무늬가 있는데, 그 색깔들은 참 선명하면서도 맨누으로 보면 무늬의 모양이 픽셀 모자이크마냥 직사각형 패턴이라 특이한 놈들이다. 어느 나방의 유충인지는 모르겠다. 내 생에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는데, 하도 자주 보다보니 무려 송충이한테 정이 드는 것 같다. 여전히 징그러운 그 꿈틀대는 걸음은 또 어찌 보면 그 움직이는 모양새나, 움직임에서 느껴지는 힘찬 기세(애벌레들은 온몸이 근육이라 한다)가 일견 귀엽기도 하고 또 그런 모습에서 뿜어져 나오는 생명력에 가슴이 웅장해진다....그 찐따같던 송충이가 맞나? 말로는 잘 설명하지 못하겠다만, 달팽이라든지 조그만 풀꽃 등에서 느껴지는 그런 경외감?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싱글벙글학교공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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