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욕과 오만


모욕과 오만

모욕을 느낄 때, 감정은 수치심과 상대에 대한 증오로, 이성은 모욕의 근거에 대한 추론으로 달려간다. 이 추론은 결국 상대가 보는 자신의 모습 중 어떤 점이 모욕 받을만큼 저열한가에 대한 스스로의 가치판단으로 귀결된다. 스스로 인정하는 자신의 저열을 타인이 저열하다 평가 내리는 일은 참아내기 어렵다. 그 타인이 나와 같은 저열을 공유하고 있지 않다면 더욱 그렇다. 공유되지 않는 한, 상대는 나의 저열에 대해 피상적인 정보만을 가진 존재로 여겨지고 그가 가한 모욕은 제한된 정보에서 이루어진 잘못된 행동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억울함은 곧잘 자신 외에는 아무도 들어줄 수 없는 변명을 마음 속으로 이어나가게 만든다. 하지만 그러한 변호의 대상인 자신의 저열은 이미 앞에서 스스로 인정했던 저열이다. 인정했던 저열을 변명하기 위해서는 드러나지 않은 자신의 장점을 과장하고 단점은 축소하는 합리화가 요구된다. 합리화를 통해 격상시킨 자신의 본질을 알아주지 못하는, 밖으로 드러난 부분만으로 섣부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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