論駁 03


論駁 03

고립과 관계의 문제가 요즘의 주된 화두이다. 먼저, 표현을 좀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인간은 고립될 수 없다. 인간이라는 한자 안에 이미 내포되어 있듯이 인간은 관계 없이 살 수 없다. 이것은 차라리 저주에 가까운 측면이 있으므로 좀 더 강한 표현이 필요하다. 관계가 전제된 것이 비로소 인간이다. 방구석에 처박혀 일생을 보낸다 해도 관계에 처해 있다는 현실을 부정할 순 없다. 우리는 서로에게 미세하고도 무한한 영향을 끼치며 진행하는 존재이다. 따라서 고립과 관계의 문제란 사실 지향의 문제에 가깝다. 살아가는 데에 있어 어떤 자세를 견지하려 의도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문제에 가깝다. 나는 아마도 고립 지향적인 인간인 듯하다. 그것은 지난날 저질러 온 일들의 업보에 의해 제약당하는 측면이 물론 강하다. 다만 나는 관계가 불러오는 악에 대하여 생각한다. 역사 안에서 인간들이 군중으로 뭉쳐 관계의 따뜻함에 취해 편안한 정신상태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저질러 온 끔찍한 결과들을 가만히 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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