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는 11시를 떠나네..


기차는 11시를 떠나네..

기차는 11시를 떠나네 광장의 시계탑이 11시를 지나고 있다 멈춘 기차가 어깨를 들썩이며 숨을 모으고 손에 들린 표엔 빈 행선지가 공허함 만큼이나 넓다 곧 기적소리가 울리면 떠나야 하는 데 동으로 갈지 서쪽으로 갈지 어디로 가든 밤과 낮 그리고 부우연 안개 뿐 일텐데 그래도 한 줌의 기적소리가 내 불안을 두드린다 배낭 속엔 하루치의 희망과 겨우 한 아름 만큼의 애정과 그리고 지나간 날에 대한 회한 뿐 이거늘 이제는 어느 간이역에서 내려 무수한 날들의 생을 마주하게 될까 그 날 들을 이겨낼 힘을 얻을까 천천히 와라.. 천천히 가라.. 벅찬 시간아! 찰나에 인연이 어긋나지 않고 순간의 날에 베여 가슴이 쓰리지 않도록 기차가 곧 12시에 도달하기 전에 하여 내가 내 자신을 더 부정하기 전에 너는 내가 아니라고 손을 내젓기 전에 희미한 새벽이 동터올 때까지 더 절망하고 애틋해 할 일이다 절망의 그을음으로 목안이 검게 다 탈 때까지 새 날을 목놓아 부를 일이다 나를 밟고 지나가는 큰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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