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오는 날


눈오는 날

눈 오는 날 하늘이 온통 눈이다 뒤도 앞도 없이 세상의 모든 경계를 지우고 있다 힘들었던 날도 즐거웠던 날도 무채색이 되어 하얗게 덥힌다 아팠던 마음도 가눌 길 없던 마음도 그저 흰 눈이 되어 다시 무심하게 가슴에 쌓인다 여기가 지금 어디쯤인가 허위허위 걸어가는 오늘의 내 모습만 진실일까 지나온 길은 희미한 흔적으로 흐려지고 지금 내딛는 걸음도 이내 곧 지워져 버리겠지 살아가면서 가장 무서운 건 반복이다 그보다 더 두려운 건 익숙함이다 마음이 시리고 갈라져서 견딜 수 없던 상실감도 마음의 감옥인양 한 자리에서 맴도는 갑갑함 마저도 무심의 징검다리를 건너려 하네 이제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시간은 헛된 약속처럼 기다려 주지 않는다 녹아 버린다 텅 빈 길 위로 시린 어깨 위로 내리던 눈은 가슴 속에서 그만 고드름이 된다 거부하지 않아도 거역할 수 없는 시간이 펄펄 날린다 기약 없는 그 길의 끄트머리에 서서 나는 눈처럼 소리 없는 눈물이 된다 발자국도 아무 흔적도 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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