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고 채우고


비우고  채우고

주역에 의하면 우주 만물은 차면 기울고, 기울면 차는 음양의 원리로 돌아간다고 한다. 어떤 것의 전성기 뒤에는 쇠락이 뒤따르고, 고갈 뒤에는 새로운 풍요의 싹이 트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엔 무언가 과하게 인기를 끌고 시끄러운 것을 보면 곧 위기가 오겠구나 싶고, 아직 조용하고 보잘것없어도 성실하게 기반을 다지는 것을 보면 곧 잘되겠구나 싶다. 쇠락과 풍요 그 자체는 선도 악도 아닌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욕심 많은 인간은 쇠락을 나쁜 것으로, 풍요를 좋은 것으로 판단하지만 사실 두 가지 모두 인생에, 자연에, 우주에 없어서는 안 될 구성 요소이다. 풍요만 가득하면 진작에 우주가 꽉 차서 터졌을 것이다. 쇠락이 있기에 불필요한 것들이 비워지고 새로운 것에게 공간을 내어줄 수 있다. 그러니까 채우는 것만큼이나 비우는 것에도 신경 써야 삶이 동글동글 자연스럽게 순환하며 굴러갈 것이다. 내가 지금 비워야 할 건 뭘까? 욕심. 인정받고 싶은 욕심,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욕심, 뭐든 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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