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주 '춘향 유문' - 춘향의 말3


서정주  '춘향 유문' - 춘향의 말3

안녕히 계세요, 도련님. 지난 오월 단옷날, 처음 만나던 날 우리 둘이서 그늘 밑에 서 있던 그 무성하고 푸르던 나무같이 늘 안녕히 안녕히 계세요. 저승이 어딘지는 똑똑히 모르지만, 춘향의 사랑보단 오히려 더 먼 딴 나라는 아마 아닐 것입니다. 천 길 땅 밑을 검은 물로 흐르거나 도솔천의 하늘을 구름으로 날더라도 그건 결국 도련님 곁 아니에요? 더구나 그 구름이 소나기 되어 퍼부을 때 춘향은 틀림없이 거기 있을 거에요! - 서정주 '춘향 유문' - 춘향의 말3 화자(춘향)의 윤회관이 전혀 공허하게 느껴지지 않고 설득력을 지니게 되는 것은 그것이 불가역적인 자연 현상에 결부되어 있기 때문. 즉, 물이 구름이 되고, 그 구름이 소나기가 되어 내리는 자연 현상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함으로써 춘향의 생사와 시공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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