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동시) 사과 한 알


(창작동시) 사과 한 알

유년 시절에 먹었던 음식에 대한 추억은 오래 남는다. 음식의 맛뿐만 아니라 향, 색, 형태, 온도까지 아이의 모든 감각은 음식을 먹었던 그 순간을 기억해 낸다. 나에게 있어 어릴 적 우리 집 옥상에서 엄마가 해주었던 도넛의 맛이 그렇다. 반죽 가운데가 뽕 뚫린 도넛을 옥상에서 튀기고 설탕을 묻혀 먹는 동안 나는 달콤한 행복감을 느꼈다. 내게 있어 행복의 형태란 가끔 그때 그 갈색 도넛과 같지 않을까 생각할 때가 있다. 어제저녁 나와 도토리와 함께 문경 사과 한 알을 깎아 먹었다. 이 시기 즈음 먹는 문경 사과는 사람의 머리만큼 크고, 아기 볼처럼 빨갛고, 어떤 과일보다 달콤하다. 평소에 사과를 좋아하는 도토리는 직접 냉장고에서 꺼내 온 사과가 참말 시원하고 달았는지 입안이 북극이 되어버렸다며 호들갑을 떨며 좋아하였다. 아이 말을 듣고 보니까 사과 접시를 보니까 내가 깎은 사과 과육들이 빙산의 조각 같기도 했다. 지난 계절의 햇살을 담은 노란빛의 사과 과육이 빛나는 얼음조각처럼 나와 ...


#5세 #도토리의숲 #사과한알 #창작동시

원문링크 : (창작동시) 사과 한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