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내 친구 T


[잡담] 내 친구 T

기억이 남아있기 시작한, 언제인지 가물가물한 어릴 적부터 나에게 집이란 벌칙 같았고 화목은 작품 속에만 있는 줄 알았다. 그래서 20살 봄, 빤쓰 몇 장 챙겨 상경하였다. 아니, 도망쳤다. 그 시절 서울에서 함께 공부하며 친하게 지내던 녀석이 있는데, T라 창하겠다. T는 처음으로 나를 집으로 초대해 준 친구이자, 처음으로 자기 집에서 재워준 친구이며, 나의 입대 날도 함께해 준, 가장 먼저 면화를 와준 친구이다. 그리고 T는 마지막까지 날 포기하지 않았다. 쑥스럽지만, 내가 유일하게 존경하는 친구다. 뒤돌아 생각해 보니 나는 T에게 질투를 느낀 것 같다. 잘생긴 외모, 큰 키에 운동으로 다져진 두툼한 알통, 명석한 머리와 유창한 영어실력, 남부럽지 않은 재력과 빵빵한 집안은 같은 나이임에도 동갑 친구 그 이상의 존재로 느껴지게 했다. 매사에 잔망스럽고 퉁명스러운 내가 뭐 그리 재밌는지 참 자주 붙어 다녔다. 겉으로 드러나는 성격이 정 반대였지만, 깊은 이야기를 나눠보면 통하는 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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