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석제의 <재미나는 인생> 중에서


성석제의 <재미나는 인생> 중에서

재미나는 인생 저자 성석제 출판 강 발매 2004.06.01. 내가 쓰고 내가 읽고 내가 웃는다는 건 실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그게 재미있어서 나는 가끔 내가 쓴 걸 읽어본다. 읽다 보면 내가 빠진다.

누가 이렇게 훌륭한 소설을 써서 나를 감득하게 하는가. 바로 나다.

그 소설을 어떤 이유로 어떻게 썼는가를 모르는 나다. 내가 쓴 걸 잊어먹고 거 참, 웃기는 자식이네, 내가 쓰려고 했던 걸 먼저 써버렸네 하고 이를 갈며 질투할 정도로 기억력이 형편없는 나다.

이런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도 가끔은 기가 차는 모양이다. 아니, 제가 써 놓고 제가 웃어?

잘해보셔. 잘났어.

그런 말을 듣곤 한다. 뭐 어때, 좋으면 좋은 거지.

그러면서 나는 내 안에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 즐기는 사람이 공존하고 있고 그 세 존재는 칼로 딱 갈라놓은 수박처럼 확연하게 다르지만 원래는 하나인 괴상망측한 놈들이라는 말을 우물거려보기도 한다. 상상력이 나보다 세 배쯤 뛰어나고 순발력은 나보다 스무 배쯤 뛰어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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