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필사 74 - 1.25배속 듣기에 사라진 것들 / 김진해


온라인 필사 74 - 1.25배속 듣기에 사라진 것들 / 김진해

나는 말이 하염없이 느리다. 사이버대학에 올린 내 강의동영상을 보다가 곧장 게시판에 항복 문서를 올렸다. '가만히 듣다 보니 어느새 졸음이 밀려 옵디다. 재생 속도를 1.25배로 하니, 졸음이 조금 늦게 오시더군요.' '보통' 속도로 보는 건 손해다. 1.25배속으로 봐도 '줄거리 파악'에 아무 어려움이 없다. 출연자의 목소리가 가늘어지고 신경질적으로 들리긴 하지만, 바쁜 시간을 알뜰하게 쓴다는 실용주의자의 자부심을 심어준다. 여기에 맛을 들이면서 영상예술에 대한 감각이 변질되더군. 내용과 형식이 분리될 수 있으며, 형식보다는 내용이 더 중요하다는 착각 말이다. 속도를 높일 수록 우리 귀는 내용(메시지)만을 쫓는다. 조각난 작품을 읽고 재빨리 주제를 파악하는 걸로 국어 실력을 가늠하는 것처럼, 줄거리만 간추리면 영상을 다 본 것 . 목소리나 말의 속도, 음색 같은 건 선물을 싼 포장지일 뿐. 우리는 줄거리, 핵심 내용, 주제를 뽑기 위해 영상을 보는 게 아니다. 작품 자체가 갖는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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