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필사 92 - 약자가 약자를 혐오할 때 (1) / 박선영


온라인 필사 92 - 약자가 약자를 혐오할 때 (1) / 박선영

태권도장에 다니는 일곱 살 아들내미는 품새를 시작하기 전 구호부터 외친다. 관장님이 시켜서 앵무새처럼 외워대는 문장이지만, 듣고 있으면 가끔 울컥할 때가 있다. "태권도를 배우는 이유. 몸과 마음을 단련하여 강인한 정신력과 용기를 길러 약한 자를 돕고,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하여 태권도를 배웁니다." 살짝 비문인 상투어들 사이에서 폭포수처럼 귀에 꽂힌 구절은 바로 '약한 자를 돕고.' 새된 목소리로 목청 높여 외치는 이 세 어절을 듣고 있노라면-엄마가 보기에는 바로 니가 그 약한 자인 것 같다만-, 정신에는 촉촉히 물기가 돈다. 약한 자를 돕는다니. 이 낡고 흔해 빠진 말이 왜 이렇게 낯설고, 아름다운 걸까. 약자들의 따스한 연대를 누구나가 말하던 시절이 있었다. "없는 사람들끼리 돕고 살아야죠" 같은 대사를 실생활에서도, 허구에서도 수시로 들었다. "우리 같은 서민들"은 많은 문장의 주어로 곳곳에서 발화됐고,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냐" 같은 위대한 인문정신도 저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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