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9월이다 큰숨을 쉬어도 허파로 더운 바람이 들어오지 않는 계절 낮은 덥고 저녁·새벽은 몹시 쌀쌀한 야누스같은 계절 매년 이런 바람이 불면 여름 더위가 끝나 다행이라는 안도감과 나무들은 하나 둘 열매를 맺는데 나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제자리에만 있는 기분을 동시에 느낀다 일년에 설날과 추석밖에 없는 것처럼 살아간다 설과 추석 사이에도 분명히 많은 일들이 있었을텐데 기억력이 약해졌는지 마치 증발된 것처럼 잘 생각나지 않는다 호기롭게 세웠던 연초의 계획을 돌아보자 최소 열 가지 항목 중 하나를 지켰을까 말까다 게다가 지킨 항목이란 것도 '자기 전에 양치하기' 따위인데 심지어 그조차도 가글로 때운 적이 많다 바야흐로 벼락치기의 계절이다 밀린 계획들을 허겁지겁 대충 구색만 맞춰 해치워야 할 시간 곧 입김이 나오고 금방 새해가 올텐데 나이는 먹더라도 무거운 죄책감은 덜고 가야 하니까 올해 남은 3개월 동안은 남은 계획들을 차근차근 해내야겠다...
#주간일기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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