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을 듣는 시간, 정은


산책을 듣는 시간, 정은

[감상] 문득 지리산 오토 캠핑장에서 일했을 때가 기억났다. 로망과 달리, 그곳의 일과는 허름한 모텔의 업무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매일 캠핑카와 글램핑을 쓸고 닦고 이불을 갈고 청소하는 일은 결코 유쾌하지 않았다. 솜이불은 굉장히 무겁고, 지리산의 한여름은 너무 더웠다. 그런데 유독 기억에 남는 캠핑팀이 있었다. 그들은 매우 조용하면서 매우 시끄러웠다. 대여섯 명의 혼성 집단. 그들은 거슬리는 목소리로 대화하지 않았다. 격하면서도 차분한 손짓과 몸짓으로 대화를 나눴다. 소리 없는 아우성의 현신. 처음엔 좀 놀랐지만 내 일을 하느라 바빠 이내 잊었던 것 같다. 그들이 사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왜 문득 그 장면이 떠올랐을까. 보통 나는 책을 읽을 때 단거리 달리기를 하듯 가능한 빠른 속도로 읽는다. 축구 선수들의 급격한 방향 전환 동작처럼, 왼쪽부터 오른쪽 단락까지 최대 빠르기로 눈동자로 질주한다.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속력이 빠를수록 시간은 느리게 가는데, 어쩌면 나는 빠르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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