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락


발가락

발가락을 잘라도 걸음은 걷는다. 발가락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발가락은, 필연적으로 혹은 간혹 우연히, 가락과 가락이 교차함을 뜻하기 때문이다. 뒷골목 공기는 탁하다. 탁한 공기 속으로 발가락이 움직인다. 꼼지락, 꼼지락. 아무도 그 움직임을 눈치채지 못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아무도 보지 않는 사이에, 그는 끊임없이 움직였다. 발가락은 어느새 놀라울 정도로 멀어졌다. 나는 발가락을 잘라버린 것을 후회했다. 그것은 목사가 성경을 덮듯이, 오래된 신발에 버섯이 돋듯이,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걸음은 걷더라도 발가락이 없다. 발가락은, 이백, 육백, 삼백, 아니, 다섯 개의 언덕을 지나, 일곱 개의 골목을 돌아, 서른아홉 가지 흙을 밟았다. 발톱이 없다. 발톱은 닳아 없어졌다. 그는 어머니의 얼굴을 떠올렸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바닷가 작은 마을은 짙은 해무로 덮여 있었다. 발가락은 보이지 않았다. 걸음은 걷지 않았다. 우암산 산동네의 작은 무당은 오늘도 탬버린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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