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빛깔


없는 빛깔

내게는 없는 빛깔이 있다. 잉크는 완벽하지 못하기에. 그러나 빨강과 초록, 파랑을 섞어서 만들 수 없는 빛은 여전히 내 마음속에 남아있다. 남아있는 그 색은 뒤로 아홉 걸음 걷고, 남아있지 않은 색은 좌로 일곱 걸음, 나는 옆으로 한 걸음 움직이면 드디어 완성된 셈이다. 나는 냄비의 뚜껑을 덮었다. 이제 더 열여 보지 않아도 될 것이다. 반면 철수는 흥남(興男)이다. 그는 어디에서든 모두를 즐겁게 할 수 있다. 그는 육군 중사로 제대하였는데, 그의 성격은 그의 부대에서도 칭찬이 자자했다. 그러나 우리는 없는 빛깔이 있다. 나는 이번에 철수를 만날 것이다. 우리는 동네 구석진 곳의 어느 술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뒤로 여섯 걸음만 걸어도 괜찮다. 철수가 나의 손을 잡아당겼다. 그의 눈빛은 결연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 중요한 일이 있음이 틀림없었다. 내 예감은 역시 맞았다. 그는 무언가를 갈고 있었다. 그가 갈던 것은 전구에 달린 날카로운 칼날이었다. 그 칼날은 예전에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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