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우리는 뛸 수 없지만


비록 우리는 뛸 수 없지만

어느 학교의 늦은 밤이다. 학생들은 모두 교실에 있다. 아직 집에 가려면 한 시간이 남았다. 조회대 아래의 육상부 창고는, 아무도 없는데도, 전등이 켜져 있다. 이 시간에 그곳에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 건물 밖에는 육중한 손전등을 들고 순찰을 도는 경비아저씨, 건물 안에는 작대기를 만지작거리는 선생님이 각각 순찰을 돌고 있었다. 빈 틈이 없었다. 그러나 육상부 창고의 불은, 몇 시간 째 켜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두운 운동장 가운데 혼자 밝게 빛남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 여름이 되면 겨울이 그리우리라. 그러나 지금은 겨울이다. 현욱은 여름이 그립다. 매일 아침 일어나 벌벌 떨며 등교하지 않아도 되는 여름. 여름이 그립다. 두꺼운 외투와 내복은 이제 지긋지긋했다. 언제쯤 여름이 - 뜨거운 햇살에 땀 뻘뻘 흐르는 후덥지근한 날씨 말이다 - 다시 찾아올지 그는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생각했다. 그가 발가락을 꼼지락거릴 때마다, 체육복 아래에 입은 내복의 소매가 자꾸만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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