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뒷면의 발자국


여권 뒷면의 발자국

발자국을 찍어 먹고사는 김 씨는 살 길이 막막했다. 며칠 전 대로를 건너다 차에 치이는 바람에, 양 다리가 부러졌기 때문이다. 양 다리에 깁스를 했다. 한동안 돈을 벌 방법이 없었다. 곧 있을 딸의 결혼식과 아들의 등록금 때문에 써야 할 돈이 많았지만, 당장 수입이 끊겨버렸다. 그날 벌어 그날 먹고사는 그의 초라한 예금으로는 당장 월세와 공과금을 내기도 빠듯했다. 발자국이 보인다. 발자국 속에는 가로 세로의 선들이 교차하고 있다. 발자국은 저벅저벅하는 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내 코앞까지 다가온 발자국은 나에게 물었다. 당신, 혹시 발자국입니까? 발자국은 발자국이다. 발자국은 그것을 모르는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계속 물었다. 당신은 발자국입니까?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발자국이기 때문이다. 식은땀이 목덜미를 따라 주르륵 흘렀다. 아마 그는 보지 못했을 것이다. 발자국은 행여나 들킬까 두려워 몰래 족적 족적 하고 운다. 족적 고개를 넘어 십 리쯤 가면 작은 마을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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