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인이 되고 싶었다13


나는 시인이 되고 싶었다13

문득 나는 사람 잠결에 묻어나는 그 사람에 젖어버린다. 붓을 적시는 물감은 다시 적시기 전까지 계속해서 묻어나는데 그 날 이후로 잠시 굳어있다가 말라 붙어있다가 오늘 움직이려는데 그 사람이 다시 묻어나왔다. 기억이 가물거렸는데 색도 모양도 가물거렸는데 그렇게 잊어버리면 좋을텐데 차마 잊기엔 아직 많이 남았고 희미해지지도 않았고 그 사람이라 그리고 나는 잊혀진 사람마다 그려진 그 작업실에 들어와 내가 가장 많이 그리고 난 너의 얼굴을 마주한다. 우리가 쌓아놓았던 그 어느 것도 그 공간에는 없었다. 나 역시 아무것도 남기지 않기로 했다. 마지막 그 얼굴을 그리고 나서 나는 너의 눈동자를 그렸던 그 물감을 다 씻어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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