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화석 / 이영옥


인간화석 / 이영옥

인간화석 / 이영옥 새는 재앙에서부터 빠르게 날아올랐다 눈 깜짝할 사이 모든 것이 사라졌을 때 새의 외로움은 어디로 갔을까 떠난 적이 없었는데 제 자리로 돌아갈 수 없는 것보다 무서운 게 있을까 이를테면 화산재에 묻혀 있던 폼페이의 사람들처럼 재가 삼킨 단란한 저녁식사 재가 삼킨 행복한 수유 재가 삼킨 뜨거운 연애 그러나 최후의 18시간*이 석고를 끌어안고 지하 4미터에서 나왔을 때 다음 동작을 놓친 당신은 살과 체온을 기억하는 드레스처럼 허공을 껴안고 있었다 끝을 만져서 돌아갈 수 없는 저녁 기록으로 남은 순간들이 이빨을 드러내며 웃고 있었다 산 채로 단단한 흔적이 되는 일보다 긴 방랑이 있을까 그때부터 새는 하늘을 떠돌고 당신은 심장이 뛰는 외로움을 듣고 있다 *최후의 18시간: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폼페이가 멸망한 총시간. 화산재에 묻혀있던 빈 공간에 회반죽을 부어 당시 죽은 사람들을 1500년이 지나 발굴하기 시작함. - 《시작》 2014년 가을호 출처 : [징검다리] 언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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