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 하상수


배구 / 하상수

배구 / 하상수 한 때 공중을 따먹는 싸움을 했다 네트 위로 떠올라 나를 견디는 체공의 시간 제비꽃 피는 주기, 초록의 한 때를 공중에서 보냈다 공중을 살아보고 싶다고? 그렇담 가벼운 것들에게만 문을 여는 민들레 추錘를 달아야 해 그물과 포물선을, 탱탱한 탄력을 때릴 줄 알아야 해 머리와 손끝을 야물게 잇는 장장근은 방황하는 민들레 착지를 유인하는 낙하산 세터의 시차를 튕겨주는 A속공은 높게 솟아오른 블로킹을 따돌린다 묵직한 스파이크, 네트는 출렁이고 스핀 먹은 돌풍꽃 여백을 골라 튕겨져 나가는 방식으로 핀다 한 번 땅에 닿은 공은 호루라기 소리가 붙는다 타점은 공중에 있고 나는 늘 블로킹 아래 있었다 내 손을 떠난 공이 다시 내 손의 허방을 골라 떨어질 때 허둥대는 수비수의 시차 머리카락이 위로 솟은 멤버들은 고공으로 뻗어가고 네트를 넘지 못한 나는 민들레 꽃씨로 남아 땅의 조언을 듣고 있다 - <시와문화> 2015. 겨울호 출처 : [징검 다리] 언어의 행간을 밟고 징검징검 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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