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26 종로3가 승강장 5-3


2011.04.26 종로3가 승강장 5-3

종로3가역, 현재시각 5시30분 멀고 먼 연신네 연습실을 가기 위해 꾸역꾸역 이곳에서 환승을 한다. 3호선 승강장, 어디선가 구수한 담배 냄새 스물스물 떠돈다. 요의를 능가하는 흡연욕이 솟구친다. 일산방향 승강장 5-3 번 계단 바로 옆, 가벼운 옷차림의 사람들과 달리 한겨울에 입을 법한 두툼한 미제 야상과 꼬질한 후드티, 거기에 까슬해 보이는 아이보리색 목도리 까지 걸친 어르신이 서있다. 오른손엔 삶의 때가 묻어 반질반질 윤기가 도는 나무 지팡이를 위태롭게 짚고 서 있다 왼손에는 중반이상 타들어간 쪼그라든 담배를 수줍게 들려 있다 저 어르신이 나의 후각을 설레게 했던 주인공 이다. 빨아 들이는 것이 힘이 드는지 얼굴을 잔뜩 찌푸린다. 한모금 빨때마다 주름살이 많아지고 깊어진다. 무표정하게 어두운 선로만 바라보며 세상의 깊은 쓸쓸함을 들이키고 다시 뱉어 낸다. 어르신은 겨울이다! 어르신도 봄이 있었겠지. 아니 지금이 그간의 소란한 마음 털어내는 봄 이려나! 어르신 얼굴에 벚꽃이 날린...


#종로3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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