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오후 4시를 넘어서자 바람이 거세게 불기 시작했다. 토바 호수가 출렁거리며 방파제를 때린다. 바람이 차다. 바닷가에 있는 것 같다. Jin이 다 읽고 건넨 은희경의 소설 '장미의 이름은 장미'를 들고 발코니에 앉았다. 장미의 이름은 장미 저자 은희경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22.01.18. 아주 오래전, 2000년 초. 그녀라 불리던 30대 초반의 그녀는 여성 작가들의 책들을 즐겨 읽었다. 은희경은 그때 그녀의 책꽂이에 보았던 작가들 중의 한 명이었고, 함께 살다 보니... 틀림없이 읽었을 텐데, 작가의 이름만 기억에 남았다. 그때, 우리는 '파이란', '화양연화' 같은, 헤어짐을 전제로 한 사랑 앞에서 먹먹했다. 우리가, 함께는 그 영화를 끝까지 보지 못했다. 은희경이 소환한 2000년 초반의 날들이 호수에서 불어오는 바람처럼 제법 차다. 언제, 어디쯤에서 그리고 난 후에 잘 살아냈냐고 물어볼 날이 있으려나. 잠시 속 시끄러워지는 감상에 젖지만, 그런 날이 올 일은 없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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