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걷다


생각을 걷다

앎 그 자체가 목적이거나 지식의 과시가 속셈인 책 읽기는 빛이 아니라 빚일 뿐이다. 책 읽는 사람이 경계해야 하는 건 바로 책에 대한 맹신이나 과욕이다. 내 것으로 추동되지 않는 독서는 머리에서 가슴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상실한 책 읽기다. 지식은 축적될지 모르지만 삶은 축적되지 않는다. 책은 무뎌진 내 삶을 성찰하고 삶의 속도와 영혼의 속도를 조절하는 계기판이다. 책에 대한 과신도, 과시도 부작용을 낳는다. 단 한 줄의 문장이더라도 그게 내 가슴으로 파고들어 삶의 한 귀퉁이를 마련하면 그것으로 이미 책은 모든 소명을 충분히 실현한 셈이다. 겸손은 말과 글로 배우는 게 아니라 몸으로 느낄 때 실존한다. 인문 정신은 역동적이다. 물론 때론 아주 조용히 성찰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인문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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