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공주


한공주

애야 나는 너 같은 손녀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니가 나의 썩고 있는 육신을 보지 않았으니 그렇게 말짱한 입술로 맹랑한 생각을 하였는지 몰라도 난 그래도 너 같은 손녀라도 있었으면 좋겠단다 한때 나도 너만큼이나 뽀얀 속살로 벌판을 누비며 홍조 띈 얼굴로 시냇가에서 빨래를 하면서 재잘거리던 너만큼이나 철없던 계집아이 시절이 있었단다 부자집은 아니어도 건장한 청년 만나서 초가 삼간에 살아도 이쁜 아이 낳아 옥수수 심고 고추심어 나즈막하게 살아가는 것이 소원이었던 사람이었다 처음엔 무서웠어 조금 지나니 고통스럽더라 그래도 세월이라고 시간이 흐르고 차라리 죽을 수 있는 건 행운이라고 난 고향으로 돌아왔단다 살아 있다는 것이 악몽이라는 걸 니가 지금 느끼느냐? 나는 수십년을 그렇게 지옥속에서 살았단다 나는 나를 놓아 버린 것이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나는 여자 였던 것도 오래 전의 일이다 너는 마음만 먹으면 너처럼 고양이 눈을 하고 있는 딸아이를 얻을 것이다 하지만 내 속에는 아이를 만들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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