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성된 열매는 거저 얻어지지 않아 / 수필가 추대식


숙성된 열매는 거저 얻어지지 않아 / 수필가 추대식

2022. 7. 15. 발왕산 정상 어린시절 신작로를 오가던 장돌뱅이 차량들이 있었다. 오일장에 보따리를 풀고 싸며 이동하는 장면들은 장난 섞인 호기심과 동경이 있었지만, 막상 내가 겪고 보니 그때의 과정과는 판이했다. 입술을 꽉 깨물었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였다.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기에 나를 다독였다. 오로지 주어진 역할에 충실해야 했다. 숙명으로 받아들이면서 자신을 달랬다. 하지만 아내는 달랐다. 그 와중에 아이들의 학교를 옮겨야 했고 보살펴야 했다. 이사 후에는 정리를 도맡아 하면서 항상 통증과 고열로 극심한 몸살을 앓았다. 가정사에 무심했고 나랏일에 몰두한다는 핑계로 도와주지 못했다. 아내의 머리맡에 놓아둔 감기약과 해열제가 가장의 사랑 표시라고 스스로 위안했다. 집안일이란 해도 해도 끝이 없고 하고도 표시가 나지 않는 것. 찰옥수수 까는 것처럼 대나무밭에서 캔 죽순을 벗기는 것처럼 끝이 없는 일이었다. 아이 둘을 반듯하게 내보내고 둘만 지내는 요즘도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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