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성 [주소를 쥐고]


윤은성 [주소를 쥐고]

주소를 쥐고 저자 윤은성 출판 문학과지성사 발매 2021.09.01. 내가 본 것은 계속해서 뒤로 사라지는 언덕들이었다 사람이 사는지 알 수 없는 오래된 마을과 성곽이 차창에 나타났고 오래 지나지 않아 나는 도무지 알 수 없는 무기력을 사람처럼 내가 데리고 다녔구나 깨닫고 있었지만 예상 외로 빠르게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덜컹거리며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동안 창밖의 그는 나보다 먼저 고개를 돌리고 플랫폼을 달려 사라지고 있었다 나는 내가 두고 온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생각하기를 영원히 멈출 수 없을 것 같다 그대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미끄럼틀, 고양이, 모래밭, 오래 타오르다 방금 전 사그라진 여름 저녁의 태양, 아직 덜 말해진 적막과 끝까지 말해지지 않을 적막 어렷품한 먼 곳과 그런 순간들로 이루어진 저녁의 서울 시장 골목에 들어선다 몇 블록 뒤 1년 이후를 알 수 없는 상호명들의 틈으로 내가 돌아오는 동안 그대는 기다리고, 고양이는 배를 드러내며 자고, 모래 밭은 어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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