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석 [토이 크레인]


조영석 [토이 크레인]

토이 크레인 저자 조영석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3.09.27. 그 겨울 우리는 얇은 벽에 붙어살았다 얇은 벽 너머로 서로의 안부를 주고 받았다 알람 소리가 무한 반복되는 새벽 얇은 벽 너머 아이가 침대에서 떨어지고 나어린 엄마가 악다구니를 썼고 우리는 조용히 아침밥을 씹어먹으며 어린 엄마의 이력을 청취했다 사연을 보낼 순 없었지만 서로의 이름 정도와 빚의 규모는 알 수 있었다 아기의 이름은 가영이었고, 알람에도 지치지 않는 남녀의 신음 소리를 배우며 아기는 긴긴 겨울밤을 지새우며 울었다 집을 나서는 소리 설거지 소리 변기물 내리는 소리 하소연하는 소리 호통치는 소리 넘나드는 얇은 벽을 사이에 두고 우리는 대가족이었으나 복도에서 만나면 서로의 방을 들키지 않기 위해 등 돌리고 문을 닫는 이복형제들이었다 그 겨울 우리는 얇은 벽에 붙어 겨울을 났다 나란히 누워 때로는 얼굴을 마주보고 누워 서로의 구겨진 사연을 주고받았고 세상에서 가장 먼 가족이 되었다 얇은 벽 전문 어느 쪽도 칠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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