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크리스마스 명동성당 데이트

2023. 12.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나이를 먹어서인지 감정이 메마른 것인지, 크리스마스가 하나도 기대 안되는 연말. 우울감에 내가 지쳐 나가떨어질 것 같다. 무작정 나가서 걸었고, 카페에서 책을 읽었다. 뭐라도 해야 하는 강박이 나를 짓누른다. 일단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해볼까. 집 근처에 있는 맛집을 가서 커다란 낙지가 들어간 만두전골을 먹고 명동성당으로 향했다. 사람 많을 거 뻔히 알지만 그냥 가고 싶더라고. 명동성당은 가끔씩 와서 멍 때리는 장소. 남대문에 있는 약국 쇼핑할 때마다 종종 와서 한 시간씩 앉아 멍하니 십자가만 바라보다 갔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 같은 사람 많았던 거 같음. 다들 조용히 들어와 한참을 눈을 감고 기도하거나, 하염없이 성당 천장이나 십자가를 바라보다 나가곤 했다. “그래 이거지, 이게 명동이었지….” 신랑이 명동 거리에 인파를 보며 한 마디 한다. 우리 기억 속의 명동은 늘 서울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였다. 늘 외국인과 관광객들로 꽉 차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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