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와도 젖은 자는 다시 젖지 않는다. - 오규원 <사랑의 기교>


비가 와도 젖은 자는 다시 젖지 않는다.  -  오규원 <사랑의 기교>

따뜻한 봄날. 버려야할 것들을 하나 하나 정리하면서 오래된 시집들을 펼쳐보게 됩니다. 너무 오래 되어서 낡아버린 누렇게 바랜 종이. 오규원 시인의 시집 <사랑의 기교> 에 시간이 켜켜이 쌓여있네요. <비가 와도 젖은 자(者)는> 순례(巡禮) 1 오규원 그대와 나는 비를 멈출 수 없어 대신 추녀 밑에 멈추었었다. 그 후 다시 자리에 머물고 싶어 다시 한번 멈추었었다. 비가 온다. 비가 와도 강(江)은 젖지 않는다. 나를 젖게 해 놓고, 내 안에서 그대 안으로 젖지 않고 옮겨가는 시간은 우리가 떠난 뒤에는 비 사이로 혼자 들판을 가리라. 혼자 가리라. 江물은 흘러가면서 이 여름을 언덕 위로 부채질해 보낸다. 날려가다가 언덕 나무에 걸린 여름의 옷 한 자락도 잠시만 머문다. 어족(魚族)은 강을 거슬러 올라 하늘이 닿은 지점에서 일단 멈춘다. 나무, 번뇌, 날짐승 이런 이름 속에 얼마 쉰 뒤 스스로 그 이름이 되어 강을 떠난다. 비가 온다. 비가 와도 젖은 자(者)는 다시 젖지 않는다.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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