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


풍선

어릴 적 놀이공원에 놀러 간 나는 풍선을 사달라며 울고불고 떼를 썼다. 떼쓰는 건 내겐 주특기 같은 일이지만, 그날이 특별했던 것은 여간해선 떼를 써도 꿈쩍도 않는 엄마가 그날따라 어느 순간에 갑자기 알겠다며 풍선 장사 아저씨에게로 나를 데리고 갔던 것이다. 그 풍선이 얼마나 가지고 싶었었는지, 아니 그 풍선을 손에 넣게 된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이었던지 그 순간이 아직까지 강렬하게 내 기억 속에 남아있다. 자동차, 비행기 등등 여러 가지 풍선들이 있었지만 나는 오직 공룡 모양 풍선에만 관심이 있었다. 초록색 공룡 풍선을 손에 넣던 그 순간은 이상하리만큼 부드러웠던 풍선 아저씨 손의 감촉이 아직까지도 생생할 정도로 기쁜 순간이었지만 그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손목에 풍선을 묶어주겠다던 엄마 말을 듣지 않고 손에 풍선을 쥐고 있던 나는, 움켜쥔 손에 생긴 땀을 닦으려다 풍선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하늘 위로 날아올라가는 풍선을 바라보던 그때가 아마도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느낀 거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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