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번 소나무는 삐딱해 아기집을 잃은 말벌


21번 소나무는 삐딱해 아기집을 잃은 말벌

21번 소나무는 저와 함께 평생을 약속한 남편을 닮았습니다. 원래 남편이 가꾸던 나무였으니 닮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 할 수도 있겠어요. 왜 그런 생각이 들었냐면요. 나와 다른 생각을 하기에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 같아요. 나와 다른 인격체이기에 다른 건 당연하다 생각했건만 함께 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와 같은 생각을 갖지 않는 배우자가 어렵게 느껴집니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그 불성실한 태도 가끔 맘 상하게 하는 비하하는 말을 쉽게 툭 던지던 모습 말 못 하고 훅 가슴에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를 가시가 가슴 깊이 파고들듯 박혀 아파하며 속앓이 했던 시간들이 있었어요. 삐딱하게 생긴 것도 모자라 가지들이 제멋대로 꼬일 대로 꼬여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보니 내가 딱 배우자를 바라보는 모습을 닮았구나 생각하게 됐어요. 처음 생각은 나와 생각이 다른 배우자를 닮았다 생각했는데요. 자세히 들여다보니 삐딱하게 바라보고 있는 내 마음을 닮았었네요. 삐딱하다고 생각하니 삐딱한 일들만 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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