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끝이 종이에 닿다. 설렘으로 인한 홍조. 가로세로 엮인 종이 벌판에 이전에 나무였던 그의 생애를 듣는다. 우유처럼 뽀얀 대지를 모골 송연한 감동으로 바라본다. 때에 이르러 한 발짝 그리고 또 한발짝 걷는다. 스스슥 다른 것끼리의 마찰음과 거기서 스쳐 생긴 생채기로 확 하고 번지는 검은 먹물 선은 어디와 어디를 잇고 거기와 거기를 맺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더듬어 나선다. 사전에선 이를 '쓴다' '쓰다'라고 일컫는다. 다만 좀 더 긴밀하고도 생경하고도 두렵고도 설레고도 말이란 말과 단어란 단어와 통장의 한자리 잔고를 다 긁어 모은 듯한 것보다 내겐 장엄한 일이다 모처에서 직장인을 대상으로 야간에 글자공부를 합니다 오늘은 마음속 글씨들을 펼쳐내어 책갈피에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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